여진은 잠이 많았다. 가끔 있는 용산서 동료들과 술자리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여진은 대체로 일찍 잠들고 정시 출근하는 편이었다. 주말이면 그래서 밀린 낮잠을 자다 밤이 되기 일쑤였다. 날 좋으니 놀러가자 싶다가도 잠깐 침대에서 뭉개다 보면 몸이 무거워졌다. 주로 일 때문에 아주 늦게 잠이 들거나 서에 남아 잘 땐 하루 종일 멍해질 것 같은 정신을 다잡는 여진이었다. 그런 날엔 또 현장에서 뛴 일이 많기도 했다.
‘아, 졸려 미치겠네..’
오늘이 그런 날 중의 하루였다. 빈집털이가 잦아 근처로 출동하는 날이 이어진 것이다. 휴가를 떠나지 않은 사람들 중 몇이 새벽에 신고하는 경우가 많았다. 추석 연휴가 이번엔 길다보니 더 그럴 것이라 경찰 공식 SNS 계정 같은 곳에도 여러 번 공지를 올리는 때다. 여진의 비번 날짜 수는 길었지만 아직 오지 않았고 동료들이 빠져 일손이 조금 모자란 근무를 해야 했다. 간밤의 소란스러움이 지나고 아침 점심을 국밥으로 먹고 나니 잠깐 용산서 안이 잠잠했다. 휴가철이라 자연히 서 안의 사람들도 많이 빠졌다. 드물게 조용한 강력계다. 여진은 의자에 몸을 쭉 뻗고 기지개를 켰다. 초가을이라 그럴까 어쩐지 썰렁하다 싶은 때였다.
“휴가 다가온다고 벌써 늘어지네?”
“아, 팀장님... 잠깐 숨 좀, 예?”
“어이, 경감님아, 잠깐 일 좀, 어?”
네네. 팀장의 잔소리에 반박하기도 힘든 것이, 여진은 도통 손에 일이 잡히지가 않는다. 일처리 할 게 없는 건 아니죠. 다들 나갔고, 하며 중얼거릴 수밖에. 서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팀장도 휴가는 어쩔 수 없이 뒷전이었다. 또 꼬투리 잡히기 전에 일 해야지. 멀어져가는 상사가 돌아오기 전에 여진은 내려오는 눈꺼풀을 억지로 붙들었다. 의자를 당겨 정자세로 앉아 나름은 열심히 타이핑을 하는 척이라도 한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한참을 그러고 있다 여진은 찬물 한잔을 마시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몸을 조금 움직였다고 또 금세 다른 생각이 밀려든다. 또 그 얼굴. 표정을 은근히 잘 드러내듯 생각도 은근히 자주 나는, 피신하는 것처럼 남해로 가버린 사람. 갑작스레 못 보게 된 특정 인물에 대한 생각. 아무에게도 말은 안 했지만 자주 본 만큼이나 더 보고 싶어지는 한 사람. 황시목 검사.
남해로 간 시목과 대화는 자주 했다. 서부지검에 갈 일이 가끔 생길 때면 시목의 부탁을 받아서 가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가 포장마차에서 했던 ‘지켜봐야죠-’ 하는 말을 기억해서 여진이 아주 가끔 반은 장난으로 서동재를 감시하듯 몰래 째려보다 돌아가는 일도 있었다. 그런 뒤 시목에게 전화를 해 오늘은 서부지검이 이런 가관이었다는 등, 용산서에 웬 남자가 칼부림을 하다 여진의 손에 잡혔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곤 했다. 전화로 이어지는 시목의 짧은 네, 하는 대답들은 하루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는 멘트 같이 느껴졌다.
‘그러면 뭐하나, 여기 없는데.’
여진은 조금 크게 한숨을 쉬었다. 어느새 이렇게 많이 생각하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매일같이 보던 뚱한 얼굴을 못 본다는 게, 지나고나니 못내 서운했었다. 표정을 짓는 게 익숙하지 않아도 헤어지던 날엔 살짝 웃어주었다. 주눅이 든 어깨를 가졌는데도 가는 길은 꿋꿋하더니 거기에 빠져버린 것인지도 몰랐다. 며칠 전부터 자꾸만 생각나는 얼굴 때문에 무슨 일에든 집중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결국 인정해야 했다. 황시목을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걸. 좋아하는 건 제대로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 누군가에게 호감을 가진 일이 처음은 아니지만 어째서 황시목이 되었을까. 잘 그리려 애쓰다 몇 번이나 색칠해서 그리고 또 그린 것 중에 골라서 그림을 선물한 그 날 이후로 더 깊이 생각하게 된 걸까. 눈 코 입을 완성하고 같이 미소 지은 때문일까.
◆
하루 종일 일을 하는 듯, 마는 듯 하다가 여진은 축 늘어져 퇴근을 했다. 차 문을 여는데 사위가 어둑어둑하다. 운전석에 자리를 잡고 앉은 여진은 습관대로 휴대폰을 들었다. 최근 통화기록 목록에서 얼마 내려가지도 않아 황시목이란 세 글자가 떠오른다. 완전 가까운데 먼 당신이구먼. 손만 대면 바로 눈에 보이지만 거리는 장장 여섯 시간 이상이나 떨어져 있는 몸이다. 이번엔 뭘 빌미로 전화를 한다? 손가락을 [황검사] 위에 얹어놓고 몇 초나 고민을 했을까, 벨소리가 울렸다. 아 깜짝아... 전화 화면으로 바뀌며 등장한 것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고민하던 사람의 이름이다. 등장 타이밍 한 번 끝내주게 잘 맞추는 남자다. 여진은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려 침을 한 번 삼키고는 그의 전화를 받았다.
“하하 검사님 나 방금 막 연락하려 했는데! 완전 귀신같네.”
“이 시간에 자주 전화 하시길래요. 퇴근 시간대 아닙니까?”
시목은 여진이 언제 그와 대화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시목은 이런 부분에 세심했는데 본인은 그런 걸 자각하고 있을까. 그녀가 한 가지 간과한 것은 시목이 여진을 제외한 어느 누구에게도 그렇게 세심하지 않다는 사실이지만 장본인인 여진이 그걸 알 턱은 없었다. 그런 점에 여진은 스스로도 깨닫지 못 한 채 자연스럽게 시목에게 끌리고 마는 것이다.
“맞아요. 근데 방금 타이밍이 너무 딱 맞았어..”
“거의 매일 전화하시니까요.”
시목이 거침없이 정곡을 찌르며 들어온다. 여진은 자신이 그동안 무심결에 너무 속보이는 짓을 해왔나 싶어 뜨끔했다.
“아하하 내가 그랬나..?”
“네.”
“아니 뭐, 그냥.. 일 다 끝내고 심심하면 하는 거지..”
여진은 누가 볼 일도 없는데 괜히 머리를 매만지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내가 방해돼요?”
“아뇨.”
“어.. 그래요.”
“네.”
즉각 답이 오는 것에 여진은 기대이상으로 조금 놀란다. 여진을 귀찮아하지 않는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이미 어렴풋이 여진은 그러리라 짐작은 했으나 확답을 얻어 설레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열에 아홉은 여진이 먼저였던 통화인데 오늘은 시목이 먼저 그녀와 대화하길 원한 것이다. 너무 좋아하는 티내면 안 돼. 안 된다... 여진은 잠복수사 때도 하지 않던 심호흡을 시목과 통화하는데 몇 번이고 반복하고 있었다.
“으음.. 근데 검사님.. 웬일로 이 시간에 먼저 전화를 다 하시고?”
들뜬 목소리를 내지 않으려 감정을 누르면서 질문을 했다. 방금 전 바로 대답을 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시목이 답을 망설이는 것이 느껴졌다. 몇 초간 아무 응답이 없다.
“검사님? 무슨 일 있어요?”
“아뇨. 별 일 없는데요.”
“근데요?”
“오늘은 제가 먼저 경위.. 경감님 목소리 듣고 싶어서요.”
여진은 그 말에 흥분으로 핸들을 주먹으로 몇 번이고 내리치고 싶은 것을 자제해야 했다.
“아니, 흠, 내 목소리가 뭐, 듣기 좋은가?”
“...그건 잘 모르겠는데,”
시목은 아까부터 답지 않은 말을 하더니 이번에는 뜸을 들인다.
“듣고 있으면 편해서요.”
“아..그래요?”
좋다 싫다는 표현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편하다, 까지 이야기해준다면 여진이 앞으로 더더욱 전화를 안 할 이유가 없다. 불편하지 않은 침묵이 이어졌다. 아,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껴 듣고 싶다. 시목이 할 말을 다 듣는 것이 아깝다. 실체 없이 목소리만 흘러가는 것이 부족하다. 그런 생각을 하는 차 이 사람이 정말로
“보고 싶다.”
여진은 끝내 그 말을 입 밖에 내고야 말았다. 수도 없이 속으로 앓던 말이.
◆
시목은 잠이 없었다. 일이 생겨 자리에 눕는 시간이 늦어도 깨는 시간은 항상 같았다. 어릴 땐 학교를 가야했고 지금은 일을 하러 가야하니 당연한 것이다. 시목의 몸에 완전히 밴 오랜 습관이었다. 잠자는 행위는 그저 다음 일을 위한 휴식에 불과했다. 그러다 가끔 어쩌다 꾸는 꿈들은 기억은 나지 않았고 대부분은, 깨었을 때 썩 유쾌하지 않았다.
[바다 보여요?]
오늘도 늘 그랬듯 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는데 남해에서 몇 번의 출근 이후 처음으로 누군가에게서 사적인 대화가 왔다. 계단으로 오르다 들리는 소리에 휴대폰을 꺼내니 여진이 보낸 것이었다. 떠나기 전에 했던 대화를 더듬어보니 그의 연장선인 것 같다. 여진이 바다 이야기를 꺼냈었다.
‘근데 가면 검사님 바다 자주 보겠다’
‘뭐 서울보단 가까우니까요’
‘아이 당연하지. 좀 찍어줘 봐요, 눈이라도 시원하게’
문자를 받은 지금에야 그 때 여진이 했던 말이 기억났다. 바다는 사무실 창문으로 멀리 보이긴 했다. 출근길에 차를 타고 오면서 잘 보이는 길은 좀 더 둘러가야 하는 길이라 잘 가지 않게 되어 사진을 찍는다는 것도 잊고 말았다. 사무실로 올라가는 김에 보이는 먼 바다를 보내줄까 생각하다 시목은 살짝 창 너머의 바다를 찍어 여진에게 보낸다.
[네. 잘 보입니다]
남해에서의 첫 인사로는 나쁘지 않았다.
◆
그 이후로 여진은 종종 출퇴근에 맞추어 연락을 해왔다. 일을 많이 했다, 그러다 또 쓰러지는 거 아니냐, 아프지 말아라, 밥은 잘 챙겨 먹는 거냐, 등등. 때로는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점심 메뉴를 묻거나 자신의 신발이 낡아 새로 샀다는 이야기까지 하며 말을 자주 걸어왔다. 시목은 그게 나쁘지 않았다. 주로는 업무 이야기를 하며 시목이 부탁을 할 때는 여진이 들어주었고 그에 대한 값을 치룰 일은 없었다. 대가라고 할 만 한 것도 아닌, 여진이 원하는 것은 사소한 대화의 상대가 되어주는 게 전부였다. ‘에이 겨우 그런 걸 갖고 검사님한테 바랄 게 뭐가 있다고 그래요?’ 할 것만 같은 여진의 선선한 목소리를 상상했다. 여진을 떠올릴 때면 동시에 여진이 그려준 그림들을 함께 떠올리는데 그럴 때의 시목을 본 사람들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지나가곤 했다.
“-부탁이 있는데요.”
전화를 귀에 대며 그렇게 운을 뗄 때가 마음에 들었다. 바쁘지 않을 때는 여진에게 그런 식으로 먼저 전화를 하고 생각을 정돈했다. 말을 꺼낼 때부터 이미 여진이 무엇이든 들어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부탁이든 아니든 그녀는 언제나 들어준다. 여진의 목소리 자체가 늘 긍정을 담고 있어 시목은 여진의 어떤 답이든 괜찮은 것처럼 느껴졌다.
여진이 의도한 것인지는 몰라도 그녀가 먼저 하는 연락이 점점 늘어갔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는 거의 정시에 시목의 전화가 울렸고 어김없이 여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를 받을 때마다 무언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기 전까지 시목은 당연하게 여진과 대화하곤 했다. 그렇게 며칠 몇 주가 흐르고 몇 달이 지나서 서울로 오라는 지시가 내려지기 전까지.
“그러잖아도 다시 올라가게 될 것 같습니다.”
여진이 말을 더듬던 것을 끊고 시목은 불쑥 그렇게 말했다.
“서부지검으로 다시 오라 하더라고요.”
“...지금, 뭐, 네?”
“네.”
“에? 농담 아니고??”
“네.”
“언제 오는데요?”
“모레쯤 갈 것 같습니다.”
“아주 다 오는 거예요? 다시 안 내려가고?”
다시 내려오라 해도 별로 내려오고 싶지도 않고요. 하려다 시목은 왜 그런지 스스로도 이유를 찾을 수 없어 말을 삼켰다.
“일단은 그렇습니다.”
“그래요.”
“자세한 건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뭐 그렇게 보고하듯이 나한테 다 알릴 필요는 없지만, 끊어요, 하는 여진의 말투는 호기심을 겨우 억누른 눈치였다. 지금 여진이 무슨 표정을 하고 있을지는 뻔히 보였다. 전화로만 말하기에는 답답해졌다. 아까 말을 끊지 않았더라면 여진은 어떤 다른 말을 덧붙였을까.
보고 싶다.
하고 여진이 선수를 쳤다. 먼저 그렇게 말하는 바람에 시목은 더 생각나는 게 없었다. 기왕에 올라갈 일이라면 억지로 날짜에 맞춰 늦게 갈 필요가 없었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목적지는 몇 개월간 돌아가던 퇴근길과는 전혀 반대 방향이다.
◆
여진은 눈을 비비고 힘겹게 잠에서 깨어났다. 일찍 들어와 일찍 누웠는데 대체 어떤 빌어먹을 놈이 저 많은 계단을 꾸역꾸역 올라와 초인종을 누르는지. 이게 지금 며칠 만에 야근 없이 쉬는 건데. 씩씩거리며 문으로 걸어갔다.
“그만 눌러요! 지금 나가니까”
누구신데 이 늦은 밤에 와요, 투덜거리며 말을 뱉은 여진은 앞에 선 남자의 얼굴을 보고 아직 꿈을 꾸나 착각했다. 몸의 피로함과 사방이 어둡고 차가운 공기인 것은 분명 현실이었다. 그런데 코앞에 있는 남자는 지금 남해에 있어야 할 몸이었다.
“검사님...? 검사님 맞아요??”
“네.”
“어떻게... 아니, 지금이 몇 시.. 언제?”
“제 차타고 왔고, 지금은 밤 1시고, 아까 막 여기 도착했습니다.”
여진은 잠이 확 깨버렸다. 현실 맞구나. 저 말투랑 태도가 영락없는 황시목이다.
“...평상, 빌려도 됩니까?”
허, 여진이 어이없이 보자 시목은 잠깐 영문을 모르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러다 뭔가를 깨달은 모양으로 말한다.
“아, 늦은 시간에 와서 죄송합니다.”
“...지금 그게 문제예요? 아니, 그것도 문제는 맞는데.”
“안 됩니까?”
“적어도 연락은 하고 올 수 있었잖아요?”
“아...”
한 쪽 어깨에 진 가방이 더 내려가 보인다. 머리는 조금 흐트러져 있고 시간이 늦은 탓인지 시목의 얼굴이 멍해보였다. 웃을 상황은 아니지만 그간 알던 황시목보다는 얼빠진 상태라 여진은 피식 웃고 말았다.
“참 내, 남자가 이렇게 밤에 막, 찾아오고.”
“보고 싶다 하시길래요.”
그 말에 여진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래서...”
“그래서 바로 왔어요.”
“...”
“보고 싶다고 해서.”
한발짝 시목이 다가온다.
"저도 보고 싶었습니다."
"...검사님."
"전화 받을 때마다.."
여진의 뺨과 머리카락 사이로 시목의 손끝이 들어왔다.
"목소리 들을 때마다,"
따뜻한 손이 여진의 볼을 어루만졌다.
"보고 싶었어요."
여진은 그 손을 잡는다.
"...들어와요."
◇
시목은 꿈을 꿨다. 꿈에서 시목은 여진이 쓰는 빨래 세제 냄새가 나는 꽃밭에 앉아있었다. 꽃 속에 앉아있는 시목을 흔들어 깨운 것은 여진이다.
“검사님! 일어나, 나 늦었어요 어떡해”
“....”
“아 얼른 일어나요 검사님도 출근... 어머 검사님은 출근 어떡하지?”
“경감님.”
“네?”
“오늘 토요일이에요.”
“아..”
여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시목의 옆에 도로 누웠다.
“깜짝 놀랐네.. 하긴 검사님이 그런 거도 생각 안 하고 왔을까.”
여진의 말을 듣고 보니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차를 달려 왔던 지난밤의 기억이 떠올라 시목은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토요일에는 일 없어요?”
“요즘은 없어요.”
“그렇구나. 아, 나는 어쩌면 오후에 나갈 수도 있어요.”
그 말을 하며 여진은 시목의 풍성한 머리를 쓸었다. 여진의 손이 따뜻하다. 어제 여진이 그랬던 것처럼 시목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웃으며 깍지를 끼는 얼굴이 못 본 기간만큼 더 보고 싶다.
“지금.. 몇 시죠?”
“열시요.”
시목의 눈이 조금 커졌다.
“왜요?”
“...늦잠을 자서요.”
여진이 덩달아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검사님 매일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고 그러는 거야 뭐야 바른생활 어린이에요? 뭘 놀라고 그래요. 하며 웃어서 맞잡은 손이 같이 흔들렸다. 이불 속에 누워 나갈 일 없이 가만히 있어 보는 게 얼마 만인지 몰랐다. 그것도 누군가와 함께. 꿈도 잠도 없던 날들이 하룻밤 사이에 사라져버린 듯 누운 감각이 낯설다. 시목은 과거의 자신과 비교할 때 스스로가 낯선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먼저 여진의 집에 아무런 경황없이 와버린 것도, 여진과 함께 자고, 함께 늦게 일어난 것 모두가 다 생경한 감각의 연속이다. 이상한 감각이다.
그러나 혼자가 아닌 것이 나쁘지 않았다.
“아침은 먹어야지. 달걀 반숙이 좋아요 완숙이 좋아요?”
“편한 대로 하세요.”
“그럼 완숙.”
시목은 이 낯선 것을 뭐라 말할지 몰랐다.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는 여진에게 맡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같이 있으니까 좋네요.”
이렇게.

